몽골 카지노가 어려움에 처한 몽골 경제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요? 몽골은 이전에도 몽골 내 카지노를 설립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사되지 못 했습니다. 몽골 정부는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차원으로 20여년 만에 몽골 국내 카지노 설립을 위한 시도에 나섰습니다.

몽골의 입법부 국가대후랄(State Great Khural, Улсын Их Хурал)에 따르면 작년 12월 몽골 의회에 카지노와 도박, 복권 및 경마 등의 사행성 산업을 합법화하기 위한 목적의 법안이 제출되어 산하 의회위원회를 통과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이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최초의 몽골 카지노가 설립 가능하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몽골 시골의 탁 트인 대초원을 방문하여 테이블 카지노 게임과 슬롯머신을 즐기는 광경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몽골(Монгол улс)은 광업 의존도가 매우 높은 세계 10대 광물 자원 부국(富國)입니다. 방대한 석탄1과 구리2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형석3, 인4, 텅스텐5 등의 지하 자원 역시 풍부합니다. 막대한 지하 자원을 수출하고 있지만, 광활한 국토에 비해 인구가 적은 편이라 내수 산업이 발달하기 힘들어 제조업이 빈약합니다. 게다가 중국에 대한 자원 수출 비중이 높아 중국 경제의 흐름에 지나치게 좌우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매우 낮은 국민 소득을 끌어올리기 위해 외국 투자 자본 유치에 힘쓰고 있지만, 배타적이고 공산주의의 잔재가 남아있는 성향 탓에 그리 성공적이지 못 한 상황입니다.

더구나 2012년 이후 전세계를 덮친 경기 불황에 원자재 생산과 수출이 둔화되며, 연 평균 경제 성장률이 10%대에서 0.4%까지 추락했고 GDP 성장률 또한 2.5%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2017년 국가 부도 위기까지 몰려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3년간 4억 4,000만 달러(5,887억 원)의 차관을 포함한 총 55억 달러(7조 3,600억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몽골의 화폐인 투그릭(Tögrög, ᠲᠥᠭᠦᠷᠢᠭ) 가치가 11% 하락했고, 최근 12개월 동안 자그마치 22% 폭락했습니다.

극심한 경제 위기에 직면하며, 몽골 정부는 광업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경제 구조를 다각화하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이번 몽골 카지노 합법화 역시 이와 같은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마장 건설과 복권 합법화 내용까지 포함한 몽골 카지노 합법화는 몽골 정부가 2023년부터 2025년을 ‘몽골 방문의 해’로 지정하며 탄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몽골 카지노가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힘을 얻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몽골 카지노를 합법화하려면 수많은 가시밭길을 헤쳐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몽골 카지노 합법화 법안이 상정된 사실이 알려지자, 몽골 내 여론은 도박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정부 공무원이 공식적인 해외 순방 절차를 수행하는 동안 카지노에서 과도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져, 공무원의 해외 카지노 이용을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국가대후랄에 제출된 몽골 카지노 추진 법안의 특이한 점은, 몽골 시민들의 카지노 출입을 금지한다는 것입니다. 즉, 몽골 카지노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국 시민의 카지노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분명 이례적인 일이지만, 그리 드문 일은 아닙니다. 모나코의 몬테카를로 카지노(Monte Carlo Casino)가 그러하며, 한국 카지노 역시 17개의 카지노 중 내국인 입장이 가능한 곳은 강원랜드 1곳 뿐입니다.

몽골 울란바토르(Ulaanbaatar, Улаанбаатар)에 위치한 법률 서비스 회사 척트 난딘(Tsogt & Nandin LLP)의 파트너 변호사 볼롤투야 울지밧(Bolortuya Ulziibat)은 자국 시민의 출입을 제한하는 조항이 민주주의적 가치를 훼손하고 헌법에서 보장한 차별 금지 조항을 위반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몽골 정부는 내국인 입장 제한 조치가 인권 침해와는 무관하며, 도박 중독 등의 악영향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내국인 입장 제한 조치가 몽골 시민들의 별다른 반감을 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는 볼롤투야 역시 동의합니다. 몽골인들에게 도박은 총이나 마약처럼 매우 민감하고 부정적인 주제이므로, 카지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그는 “정부가 몽골 내국인 입장을 허용한다면 오히려 몽골 시민들의 반감을 살 것”이라며, 대부분의 몽골인은 내국인 제한 조치를 환영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카지노에 대한 몽골 시민들의 반감은 의외로 꽤나 뿌리 깊은 역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약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0년대 후반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호텔 지하에 위치한 카지노가 돈세탁 및 부정부패 혐의로 영업을 시작한지 2년만에 폐쇄되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당시 정부 관료이자 퇴임하는 총리의 뒤를 이을 예정이었던 몽골의 유명 정치인 조릭(Sanjaasürengiin Zorig)이 카지노 사업을 반대한 탓에 1998년 10월 살해당했다 주장하기도 합니다. 칭기즈칸 호텔 카지노 폐쇄 이후 정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카지노 사업을 재개하고자 했으나,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성공하지 못 했습니다.

몽골의 금융 뉴스 구독 서비스인 인사이드 몽골리아(Inside Mongolia) 편집장 엔크바타(Zolbayar Enkhbaatar)는 몽골 카지노가 침체된 몽골 경제를 부양하는 데 분명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과거 합법화에 실패한 일이 이번 합법화 추진의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카지노는 지금껏 민감한 주제였던 탓에, 이렇게 합법화 논의가 수면 위에 오른 것조차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